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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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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연주가 . 활은 현 위로 깊게 미끄러진다. 그때마다 어깨가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으로 흔들린다. 분명하지만 거칠지 않은 그 궤적을 따라 첼로의 아름다운 갈색 나뭇결이 반짝였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면 음이 꿈틀댄다. 때로는 높게, 혹은 낮게. 음의 흐름을 따라 그의 호흡은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 섬세한 눈가에는 살짝 주름이 잡혀 있다.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곡에 취해버린 탓인지는 알 수 없다. 갑자기 활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동시에 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팔은 더더욱 깊고 무겁게 휘었고 끓어질 듯 말듯 얕은 호흡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더이상 추락하지 못할 때까지 음이 내려가자 마침내 그는 곡에 마침표를 찍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
단어연습 - 모사模寫/모사謀士 "너, 제법 풍문에 밝은 듯하다만." "일단은 이야기꾼이니 말이죠." "그럼 모사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 있나?" "그럼요. 왜, 무슨 위조 예술품이라도 만드시게요?" "넌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오냐." "네? 모사[模寫] 1 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림. 또는 그런 그림.2 원본을 베끼어 씀.3 어떤 그림의 본을 떠서 똑같이 그림. 모사[謀士] 1 꾀를 써서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사람.2 남을 도와 꾀를 내는 사람.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단문장문 - 그림을 보다 서서히,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웅성거림이 아득해진다. 쿵쿵. 심장은 확고하면서도 느리게 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뒷모습을 향해 뻗고 있던 손을 억지로 떨군다. 비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한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일까,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당신은 어떤 그림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림에서 어떤 강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해주세요. 단문 2, 장문 4.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6월 2일 K는 말한다. "그분이 타계하신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군요."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M을 바라본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M은 진중한 표정으로 K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건 바로 우리들 하나하나의 손에 달려있네." 어리둥절해하며 K가 바라보자 M이 다시 말을 있는다. "자네, 다음 달에 무엇이 있는지 잊은건 아니겠지?" "다음 달이라 하심은…. 아!" K는 자못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M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워낙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잊고 말았네요." M은 K를 책망하는 대신 허허 웃어 보였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너무 자책하지 말게. 그저 잊지만 마시게." "예, 절대 잊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K는 달력 앞으로 달려가더니 6월의 어느 한 날에..
웨딩 크래셔 뭐지? 이벤튼가?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웨딩 크래셔라니. 그런 건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아이템 아닌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남자는 엉망이었다. 머리카락과 셔츠는 땀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액체에 젖어 착 달라붙어 있었고, 얼굴 역시 눈물 때문에 축축했지만 그의 눈은 알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 차 이글거리고 있었다. 용광로처럼.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신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휘어잡았다. "안 돼. 결혼하지 마." 거칠고 탁한 목소리는 나지 막 했지만 조용한 식장 안에 선명하게 울렸다. "이거 놔요!" 생에 최고로 행복해야 하는 순간이건만, 이 상상도 하지 못한 사건에 그녀는 충격으로 얼굴을 굳히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전지적작가시점 - 돈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 - Y와 j의 사정 "어머, j야!" Y는 카운터에 서 있는 j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놀란 목소리로 말을 걸고는 아차 싶었다. j가 며칠 전에 아르바이트 권유를 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j가 했던 말이 뭐였는가. '공부와 학원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해요.' 그러던 j가 바로 여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이 들통난 j는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Y가 가끔 이 카페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정말로 이곳에서 마주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Y는 어른스럽게 처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에휴, 우리 j, 또 땜빵해주는거야? 착하기도 하지." j는 그런 Y의 말에 조금 안심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 때문에 죄책감 서린 미소를 지으며 작게 대답했다. "…네...
안개비가 내리는 밤 - 퀘스트 - 풍경이나 광경을 묘사해주시면 됩니다. 즉, 사람의 행동이나 풍경을 마음껏 그려주시면 됩니다. 대사는 안 되고요. 분량은 1000자 정도. A4 한 장이 약간 안 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것, 못, 듯을 쓰면 안 됩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위는 고요한 어둠 속에 가라앉아있었다. 입김을 불자 새하얀 김이 서린다. 피부로 와 닿는 공기는 생각보다 온화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기온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다시 한번 호 하고 입김을 내뱉어 본다. 이번엔 좀 더 길고 따뜻한 숨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온다. 희미한 흰색이 밤의 무거운 공기 속에 형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곧 어둠 속으로 삼켜져 버린다. 비는 매우 가늘어서 빗줄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뿐만아니라 소리 초자 나지 않는다. 밖으로 나..
단어연습 - 요새, 금세 요새 : 요 + 사이의 준말 금세 : 금시 + 에의 줄인말. "요새 눈이 자주 옵디다." "그러게요. 지금만 해도 금세 눈이 내릴 것처럼 하늘이 흐리네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