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395) 썸네일형 리스트형 만우절, 프로레슬러, 권총, 바가지, 크래커 만우절 - 팹시맨.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만우절, 별 시시껄렁한 장난들이 오가고 그것이 교사들에 의하여 평정되어 고요히 수업이 진행 되던 순간, 교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얼굴에 밴드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코카콜라를 든 남자 한명이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외친 한마디. “팹시맨!” 그는 문을 닫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굿바이. 프로레슬러 - 사랑해주기에는 부담스러운 이세계의 산물.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프로레슬링은 관객들의 흥분을 유도하기 위하여 각본을 짜거나 면도날로 일부러 상처를 입혀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상다반사란다. 난 그래서 차라리 누군가 나와 싸우는 것을 봐야 한다면 이종 격투기를 택하기로 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총 - 양의 탈을 .. 나무젓가락, 책갈피, 삼각자, 시집, 구원 나무젓가락 -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까칠한 감촉.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은 나로 하여금 나무젓가락을 기피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나무들이 사라지게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기도 하고, 자를 때 정확히 반으로 나뉘지 않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뜬금없는 분노에 사로잡히게 만들기도 한다. 피치 못하는 사정이 있지 않고는 쓰고 싶지 않은 물건중 하나. 책갈피 - 좋아하지만 어쩐지 잘 사용 하지는 않는. 예전에 동생이 금빛의 깃털 모양의 책갈피를 선물해 준적이 있는데(그 당시 학생인 우리에게는 상당히 고가였다) 며칠간은 부지런히 사용 하다가 결국 서랍의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일도 있다. 책갈피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읽다만 페이지가 어디인지 잘 찾아낸다는 점과, 한번 잡으면 끝장을 보고 마는 성격.. 소녀의 초상 5 - 열매 작고 하얀 신의 집에 작고 하얀 바구니가 버려진 것은 스산한 바람에 나무들이 그 잎을 떨어뜨리는 계절이었습니다. 바구니를 발견 한 것은 하얀 옷을 입은 머리가 하얗게 센 사람. 그는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고, 그 안에 갓 태어난 아기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그리하여 아기는 하얀 집에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틈에서 하얀 옷을 입고 자라나게 되었지요. 아이는 자신이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하얀색 말고 다른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이 입은 옷의 색을 하얗다고 부른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깊은 밤, 아이가 하얀 옷을 입고 막 하얀 천이 깔린 침대에 누워 막 잠을 이루려 하는데,.. 소녀의 초상 4 - 식[蝕, eclipse]의 기사 검에 어린 빛이 서늘한 궤적을 만들어낸다. 이윽고 붉은 액체가 거칠게 대기 중으로 튀어 오르고, 매끄러운 갑옷 표면위에 붉은 얼룩이 늘어난다. 허나 그는 피를 뒤집어쓰고도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다시금 검을 내리 긋는다. 등 뒤에서 덮쳐오는 기색을 느끼자 상체를 회전시켜 적의 공격을 피하며 팔꿈치로 다가오는 머리를 내리찍는다. 이윽고 허물어진 상대의 등에 검을 박아 넣은 뒤 절도 있는 동작으로 뽑아들고는 왼쪽에서 크게 베어오는 남자의 품속으로 흘러든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겨드랑이에 치명적인 상처를 새기자 다시금 피가 쏟아진다. 눈가로 뿜어진 피를 살짝 고개를 돌림으로써 피하자 그것들이 고스란히 뺨 위를 물들인다. 허나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적들을 베고, 베고,.. 사과, 유리구두, 물레, 목소리, 공주병 사과 - 속씨식물. 수평으로 자를 경우 다섯 개의 씨앗모양이 오망성을 그린다던가, 아담과 이브가 먹은 선악과라던가, 그 달콤한 향은 사람을 타락시킨다던가 하는 불쾌한 소문에 휩쓸려 있기는 하지만 아침에 사과라는 말이 생길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과일. 개인적으로는 예쁜 초록색의 풋사과를 좋아한다. 유리구두 - 신데렐라로 인하여 세계적인 로맨틱 아이템이 되어버린 유리로 제조된 신발의 이름. 정말로 신고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소박한 의문은 그냥 무시하자. 유리구두라는 네 글자에 담긴 소녀들의 로망을 무너트리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이유이니. 물레 - 룸펠스틸스킨,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간디. 이들의 공통점은 물레와 연관이 있다는 것. 원리는 모르지만 물레하면 커다란 바퀴와 날카로운 바늘이 달린 실타래.. 소녀의 초상 3 - 그날 그날, 늪 속에 서서히 가라앉아가는 나비처럼, 어둠 속에 숨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소녀에게 내가 그리 말한 것은, 그리고 소녀가 그리 답한 것은 결코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굶주린 짐승마냥 늪가를 서성이고 있었으며, 소녀 또한 몇 날 며칠이고 그것을 지켜보아 왔으므로. 그 남자가 소녀를 가둘 우리로 이 숲을 택한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은 결국 언젠가 이루어지도록 이미 결정 지워져 있던 것이다. 만월이 떠오른 밤. 나는 홀로 남은 소녀를 유혹했다. 그녀 스스로가 나를 원하도록, 여린 품안에 이 흉폭한 기운을 품을 수밖에 없도록. 영혼에 새겨진 고독이라는 이름의 상처를 몇 번이고 헤집어. 그 순간 그녀가 떨고 있지 않더냐고 묻거든 나는 아니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그 어둠을 품은 눈동.. 어쩌다보니,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 사실, 새우버거를 먹을 것이라고 예고를 하기는 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손에 들어온 것이 이름도 요란 뻑저지근한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 자그마치 11글자나 된다. 사운드 호라이즌의 11문자의 전언도 아니고!! 어제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를 예상 못하고 이불을 얇은 것 하나만 덥고 잤더니 도로 감기에 걸려버려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더니, 생전 먹어볼 생각도 안했던 이 비싸신 햄버거를 가져 오셨다. 여튼, 받은 것이니 감사히 먹겠습니다! 포장지는 럭셔리한 광택이 도는 치즈 빛.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치즈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영어와 한글로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라고 쓰여있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한줄이 더 적혀 있다. [화재발생 위험이 있으니 전자렌지에는 절대 넣지 마십시오] …역시, 은박인건가! .. 가위 바람이 불었다. 그 순간,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러, 한없이 높고 끊임없이 펼쳐진 깊고 깊은 심해와 같이 푸르러 나는 마치 작고 보잘 것 없는 벌레처럼 그 아래를 초라히 기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대기는 더 이상 대기로 존재 하지 않았고, 나는 거대한 하늘이란 어항 속에 감금 되어 표본통 속의 나비처럼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앞섶을 쥐어뜯었으나 목을 조르는 답답함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끊임없이 펼쳐진 그 공허한 심원은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인 마냥, 무자비하고 무감각한 시선으로 그 아래 꿈틀 거리는 보잘 것 없는 생명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다. 초월적인 힘에 압도되어 나는 그리 생각 했다. 허나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대기에 짓눌.. 이전 1 ···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