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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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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연주가 . 활은 현 위로 깊게 미끄러진다. 그때마다 어깨가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으로 흔들린다. 분명하지만 거칠지 않은 그 궤적을 따라 첼로의 아름다운 갈색 나뭇결이 반짝였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면 음이 꿈틀댄다. 때로는 높게, 혹은 낮게. 음의 흐름을 따라 그의 호흡은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 섬세한 눈가에는 살짝 주름이 잡혀 있다.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곡에 취해버린 탓인지는 알 수 없다. 갑자기 활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동시에 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팔은 더더욱 깊고 무겁게 휘었고 끓어질 듯 말듯 얕은 호흡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더이상 추락하지 못할 때까지 음이 내려가자 마침내 그는 곡에 마침표를 찍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
목련 그늘진 자리에 가느다랗게 뻗은 나뭇가지 끝자락에 그 꽃은 매달려 있었다. 꽃잎의 아랫쪽은 짙은 분홍빛이었다. 색은 꽃받침에서 멀어질수록 희미해진다. 잎 가장자리는 빛을 받아 살짝 투명하게 빛이 났다. 중앙으로 갈수록 그 빛은 줄어들고, 대신 농도 짙은 색이 그 자리를 메운다. 꽃잎은 가지 끝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꽃이 지는 시기다. 조금만 더 바람이 강하게 분다면 벨벳처럼 부드러운 잎새는 거친 바닥에 떨어져, 밟히고 짓이겨진 뒤 볼품없는 갈색 조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은은한 향기는 선명하게 공기 속을 적시고 있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단어연습 - 모사模寫/모사謀士 "너, 제법 풍문에 밝은 듯하다만." "일단은 이야기꾼이니 말이죠." "그럼 모사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 있나?" "그럼요. 왜, 무슨 위조 예술품이라도 만드시게요?" "넌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오냐." "네? 모사[模寫] 1 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림. 또는 그런 그림.2 원본을 베끼어 씀.3 어떤 그림의 본을 떠서 똑같이 그림. 모사[謀士] 1 꾀를 써서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사람.2 남을 도와 꾀를 내는 사람.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단문장문 - 그림을 보다 서서히,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웅성거림이 아득해진다. 쿵쿵. 심장은 확고하면서도 느리게 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뒷모습을 향해 뻗고 있던 손을 억지로 떨군다. 비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한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일까,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당신은 어떤 그림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림에서 어떤 강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해주세요. 단문 2, 장문 4.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6월 2일 K는 말한다. "그분이 타계하신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군요."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M을 바라본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M은 진중한 표정으로 K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건 바로 우리들 하나하나의 손에 달려있네." 어리둥절해하며 K가 바라보자 M이 다시 말을 있는다. "자네, 다음 달에 무엇이 있는지 잊은건 아니겠지?" "다음 달이라 하심은…. 아!" K는 자못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M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워낙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잊고 말았네요." M은 K를 책망하는 대신 허허 웃어 보였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너무 자책하지 말게. 그저 잊지만 마시게." "예, 절대 잊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K는 달력 앞으로 달려가더니 6월의 어느 한 날에..
이별, 끝, 마침표, 한계, 파국 - 이별 - 안녕. 작별을 고하는 순간 너와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간다. 더이상 함께가 아니다. - 끝 - 어떤 것이 끝난 다는 말은 그것이 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시작이란 말과 같다. - 마침표 - 하나의 문장을 종결 시키는 도구. - 한계 - 거기 까지만. 선을 넘는 다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다. - 파국 - 破局. 깨어진다는 것은 자르거나 접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예상하지 못한 궤도를 타고 비산한 예리한 파편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찌르고 할퀼 것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雪눈, 雨비, 雲구름, 日해, 月달 눈(雪) - 너의 생각보다 희지도 순수하지도 않으며 충분히 연약하지도 않은. 비(雨) - 더 오르지 못할 곳까지 도달했을 때 물은 다시 하늘을 거슬러 내려온다. 구름(雲) - 멀리서 지켜볼 때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해(日) - 직시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존재감. 달(月) - 깊은 밤 속에 다시 그림자를 한 겹 덧씌우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웨딩 크래셔 뭐지? 이벤튼가?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웨딩 크래셔라니. 그런 건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아이템 아닌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남자는 엉망이었다. 머리카락과 셔츠는 땀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액체에 젖어 착 달라붙어 있었고, 얼굴 역시 눈물 때문에 축축했지만 그의 눈은 알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 차 이글거리고 있었다. 용광로처럼.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신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휘어잡았다. "안 돼. 결혼하지 마." 거칠고 탁한 목소리는 나지 막 했지만 조용한 식장 안에 선명하게 울렸다. "이거 놔요!" 생에 최고로 행복해야 하는 순간이건만, 이 상상도 하지 못한 사건에 그녀는 충격으로 얼굴을 굳히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