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그밖에

(75)
키스 - 처음 시작은 떨림이었다 단문으로 시작. ------------------------------------------------------------------------------------------------ 처음 시작은 떨림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입술위에 가볍게 겹쳐졌다 멀어진 입술의 떨림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 그대로 전해져오는 느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가녀린 어깨를 잡고 있던 두 팔은 잔뜩 힘이 들어가 뻣뻣이 굳어 있다가 잠시 후 천천히 아래로 내려 왔다. 한발자국 물러선 그의 눈에는 가볍게 물기가 어려 있었으며,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한숨 속에서는 죄책감과 후회의 느낌이 묻어 나오는 듯 하다 생각한 순간, 갑자..
시점 변환 : 충사(蟲師) : 녹이우는소리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써보자 -------------------------------------------------------------------------------- “아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른다.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이런 목소리 따위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면 좋을텐데. “아아아아아아악!!” 병을 불러서 어머니를, 아버지를, 그리고 이 아름다운 마을을 망쳐버린 것은 바로 이 목소리니까. “하아, 하아.”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쇠를 긁는 듯 거칠고 탁한 목소리가 내 귀를 아프게 울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목소리는 단지 탁하게 갈라질 뿐,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시간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동굴을 나섰다. 빛..
THE SUN 오래간만에 호타에 들어갔다 2006년에 적었던 짤막한 글 하나가 떠올라 긁어왔다. 당시 골든 타로 스니치 때문에 뱀파이어를 뒤적이다 우연히 썬 카드가 눈에 들어와 매뉴얼을 보며 이미지 리딩을 해봤는데, 그 순간.... 머리속에서 한편의 소설(?)이 떠올랐다.-ㅂ-;; 묵 빛의 머리카락 사이로 암울한 암청색의 눈이 들어난다. 그 눈은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처럼 보이는 동시에 서늘하게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한 안개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화염의 구와 같은 그것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멸의 상징. 갈구하고 또 갈구 했지만 얻을 수 없는 애증의 대상. 그리고, 그리고……. 일순 그의 냉정한 눈가가 흔들렸다. * 흩날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단어연습 - 그저, 거저 허겁지겁 깁밥을 입에 우겨 넣는 진욱을 보며 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공짜라면 좋아가지고 맥을 못추는구나." 오댕국물의 힘을 빌어 목에 걸린 김밥을 억지로 밀어넣으며 진욱이 대꾸했다. "거저 먹는 것 만큼 좋은 건 없다는 것이 내 인생 철학이다." 먹으면서 말하느라 진욱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밥알을 피하며 현수는 인상을 썼다.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다는 것 쯤은 상식이야!" 진욱은 깁밥을 입에 넣으려다 말고 눈이 휘둥그래져서 현수를 바라보았다. "너, 그래서 나한테 돈 받을거냐?"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녀석은 왜 이렇게 단세포야." 현수는 이마를 감싸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모든 말을 직설적으로 해석하는 진욱이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김우희, 그녀의 사정 시점변환 1) 감성사전, 사생문, 단어야 놀자에서 나온 단어들을 모두 활용해주세요. 매(梅) / 난(蘭) / 국(菊) / 죽(竹) / 먹, 종이, 들러보다 / 둘러보다 2) 장문 단문의 규칙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장/단/장/단) 3) 영화[스타워즈] 시청 중입니다. 4) 3인칭 관찰자 시점. ----------------------------------------------------------------------- “김 선생님!” 몇 차례 째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대문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네, 분명히 오늘 댁에 들러 가겠다고 약조를 했었는데.” 준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대문을 슬쩍 밀어본다. 문은 조용히 열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안에 들어서며..
단어연습 - 둘러보다/들러보다 잠든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침묵하던 준호는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민규야, 나 아무래도 정형 외가에 좀 둘러보고 와야 할 것 같다.” 다 마셔버린 빈병을 들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던 민규는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응? 정형외과? 어디 다쳤어?! 만날 코가 삐뚤어져라 마시 더만, 술 취해서 구르기라도 한거야??!” 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술은 니가 먹고 있잖아 인마! 혼자서 위스키 한 병이나 비우고선!” 하지만 민규는 뻔뻔한 표정으로 되받아쳤다. “원 참, 사람 농담 한거가지고. 소심하긴. 근데 거긴 왜? 뭐 보고 올 게 있다고.”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서.” “에휴, 궁상은.” 민규는 툴툴거리며 전혀 줄지 않은 준호의 잔을 뺏어 들고는 홀짝이기 시작했다. 술이 반 정도 줄..
눈이 옵니다 단/장/단/장/단/장 눈이 옵니다(행동제약없음) ----------------------------------------------------- 하얗다! 파파의 베게 속에 들어있던 새하얀 깃털을 닮은 것이, 온 세상을 내 털가죽처럼 하얗고 폭신폭신하게 덮어버렸다! 나는 헐레벌떡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하늘에서 한들한들 떨어지는 그 하얀 것을 온 몸으로 맞으며, 마당 위에 사브작 사박 발자국을 남기고, 까만 코끝을 들이밀어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고, 두발로 마구 파헤쳐 먹어보기도 하며 열심히 놀고 있자니, 어디선가 산드라와 마마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트 아주 신났네.” “우리 꼬마 기사님은 여름에 태어났으니 처음 보는 눈이 신기한가 보구나.”
빌리(11세)의 봄 단어 연습 알은체하다/아는 체 하다 ----------------------------------------------------------- “안녕, 산드라?” 빌리가 알은체하며 다가왔다. 그는 금발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미소 지었다. 새하얀 이빨이 유달리 빛나 보인다. 몇몇 여자애들은 그 미소에 홀딱 넘어가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드라의 취향은 아니었다. “아, 너냐?” 산드라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빌리는 힐끔 문제를 훔쳐보더니 아는 체를 했다. “아, 이거 제 2공식 아니야?” “어, 그래 맞아.” 그녀는 짧게 대답하고는 계속 문제에 집중했다. “굉장한데? 이건 최고학년들이나 배우는 문제잖아?” 빌 리가 놀랍다는 듯 호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녀의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