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해구아래 (238)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늘다, 굵다, 두껍다, 얇다 - 괴력의 소녀 괴력 소녀 소녀의 팔은 가늘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저기 저 뒷동네 나무꾼 돌쇠 자식의 팔을 세 토막 내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구태여 내 팔로 따져야 한다면 아마도 반 토막을 내야… 아니, 반에서 쪼~끔 더 보탠 정도라 해야 할 것이다. … 그래, 나 팔 계집애처럼 가늘다, 어쩌라고! 다 부모님이 이리 낳아주신 탓인데! 굵다란 산삼 몇 뿌리를 캐어다 먹어도, 하루 종일 도끼를 휘둘러 장작을 패어 봐도 그대로인 것을. 난들 노력을 안 해본 줄 아나! 음, 말이 좀 세었군. 맞다, 중요한 것은 내 팔 굵기가 아니다. 바로 저 소녀가 평생 숟가락보다 무거운 것은 안 들어 봤을 것 같은 가느다란 팔로 두꺼운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끙끙 거리면서 힘에 겨워 휘두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여름날 그늘에.. 용의 이혼 상담 용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대한 몸을 천천히 움직여 오두막 앞에 서서 기다리자, 엘프는 오두막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작은 탁자와 의자, 서류를 들고 나와 현관 앞쪽에 내려놓았다. 엘프가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용은 자신의 용건에 대하여 입을 열었다. 억눌린 목소리가 거대한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 아나이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오.” 그리고 용은 한참 동안 그녀와 자신간의 추억 - 함께 용암 사이를 거닐었던 이야기나, 수 백 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왕관을 선물 했을 때 그녀가 어떤 식으로 미소를 지었는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음탕한 여자 같으니!" 용이 갑자기 드래곤 피어를 내뿜었다. 기다란 목에서 브레스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 “이 어처구니없는 자식!” “이 어처구니없는 자식!” 나의 주먹이 그 자식의 뺨에 작열했다. 뻐근한 느낌과 함께 녀석의 몸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바닥으로 뒹굴었다. 흙 위에 처박힌 얼굴을 바라보니 입술 사이로 불그죽죽한 액체가 끈적하게 흘러내린다. 허나 나는 조금도 화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미간에 잔뜩 주름을 만들고 그녀석이 바닥에서 꿈틀 거리는 꼴을 노려봐줬다. 이윽고 녀석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더 세게 때려줄걸 그랬다고 생각해 버렸다. 젠장! 이 녀석은 조금의 반성의 기미도 없다. 곱상한 얼굴이 부어오르기 시작 하고 있는데도 실없는 미소를 흘릴 뿐이다. 나는 안절부절 잠도 못 이루고 며칠 밤을 꼬박 새어가며 기다렸건만! 내가 머릿속으로 뭐라고 지껄이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녀석은 여전히 실실 거리는 얼굴로.. 키스 - 처음 시작은 떨림이었다 단문으로 시작. ------------------------------------------------------------------------------------------------ 처음 시작은 떨림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입술위에 가볍게 겹쳐졌다 멀어진 입술의 떨림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 그대로 전해져오는 느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가녀린 어깨를 잡고 있던 두 팔은 잔뜩 힘이 들어가 뻣뻣이 굳어 있다가 잠시 후 천천히 아래로 내려 왔다. 한발자국 물러선 그의 눈에는 가볍게 물기가 어려 있었으며,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한숨 속에서는 죄책감과 후회의 느낌이 묻어 나오는 듯 하다 생각한 순간, 갑자.. 시점 변환 : 충사(蟲師) : 녹이우는소리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써보자 -------------------------------------------------------------------------------- “아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른다.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이런 목소리 따위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면 좋을텐데. “아아아아아아악!!” 병을 불러서 어머니를, 아버지를, 그리고 이 아름다운 마을을 망쳐버린 것은 바로 이 목소리니까. “하아, 하아.”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쇠를 긁는 듯 거칠고 탁한 목소리가 내 귀를 아프게 울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목소리는 단지 탁하게 갈라질 뿐,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시간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동굴을 나섰다. 빛.. THE SUN 오래간만에 호타에 들어갔다 2006년에 적었던 짤막한 글 하나가 떠올라 긁어왔다. 당시 골든 타로 스니치 때문에 뱀파이어를 뒤적이다 우연히 썬 카드가 눈에 들어와 매뉴얼을 보며 이미지 리딩을 해봤는데, 그 순간.... 머리속에서 한편의 소설(?)이 떠올랐다.-ㅂ-;; 묵 빛의 머리카락 사이로 암울한 암청색의 눈이 들어난다. 그 눈은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처럼 보이는 동시에 서늘하게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한 안개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화염의 구와 같은 그것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멸의 상징. 갈구하고 또 갈구 했지만 얻을 수 없는 애증의 대상. 그리고, 그리고……. 일순 그의 냉정한 눈가가 흔들렸다. * 흩날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무희 인형 옛날 어느 작은 극장에 한 인형사가 살고 있었지. 그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네. 연인은 작고 아름다운 춤추는 무희의 인형. 그녀를 위한 축제는 매일 밤 끝날 줄 모르네. 안녕, 나의 아가씨. 붉은 드레스로 온몸을 감싸고 오늘도 무대에 오르는구려. 마치 어둠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춤을 추렴. 관객은 둥글게 선 목각 인형들. 인형사의 손가락은 아름답게 흔들린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일렁이며 매끄러운 팔과 다리는 바람에 튀어 오르는 불티처럼 화려히. 붉은 빛 치마가 활짝 피었다간 지면 그림자는 환호하듯 흔들리네. 다가온 여명은 마법의 끝을 고하지. 안녕, 나의 아가씨. 인사와 함께 건넨 키스의 답변은 차가운 나뭇결의 감촉. 허나 인형사의 사랑은 결코 변치 않네. 한 번 더 달콤한 인사를 남기고 그는 촛불을 끈다. 단어연습 - 그저, 거저 허겁지겁 깁밥을 입에 우겨 넣는 진욱을 보며 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공짜라면 좋아가지고 맥을 못추는구나." 오댕국물의 힘을 빌어 목에 걸린 김밥을 억지로 밀어넣으며 진욱이 대꾸했다. "거저 먹는 것 만큼 좋은 건 없다는 것이 내 인생 철학이다." 먹으면서 말하느라 진욱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밥알을 피하며 현수는 인상을 썼다.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다는 것 쯤은 상식이야!" 진욱은 깁밥을 입에 넣으려다 말고 눈이 휘둥그래져서 현수를 바라보았다. "너, 그래서 나한테 돈 받을거냐?"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녀석은 왜 이렇게 단세포야." 현수는 이마를 감싸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모든 말을 직설적으로 해석하는 진욱이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