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613)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런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심장은 빠르면서도 느리게 뛴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깊은 생각에 잠길수가 없다. 나와는 상관 없이 움직이는 세계. 그것을 확인하자 기묘한 안도감이 찰랑이며 솟아오른다. 겨울 바다를 보고 왔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아빠가 말했다.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그러자 동생이 해물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서해 바다쪽으로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한시간 반 가까이 달렸다. 동생은 간간히 아빠와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MP3를 들으며 창 밖을 내다 보았다. 강한 바람 때문에 표지판이 비스듬히 기울어있었다. 어느순간 앞좌석에서 소란 스러움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자 하얀 파도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마음이란건 어이 없을 정도로 쉽게 흔들립니다. 그렇죠?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뭐야. 정말, 뭐냐고. 놀라서 굳어 있는 사이 온라인으로 변해있던 이름이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 머뭇거리다 쪽지를 보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지만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지독한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수업시간 어린 시절 TV를 틀면 제일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뉴스였다. 얼굴에 기름이 번들거리는 살찐 사람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 (때때로, 아니 거의 대부분 그들은 몸싸움에 가까운 워킹을 보여주곤 했다) 그게 나에게 있어 뉴스라는 프로그램의 이미지였다. 당시 나는 그런 불쾌하게 생긴 사람들이 tv에 자꾸 나오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시절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경찰은 우리를 지키는 우리의 편이었고 세상의 모든 문제는 대화로써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뿌리채 흔들린 경험을 한게 되었다. 시위. MBC 옥상을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에게 점거당해 유치원에서 갔던 견학 일정이 완전히 흐트러졌던 일이 있었다. 매캐한 냄새. 길 위를 흩날리는 푸른 연기들. .. 불안해 가슴이 뛴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까봐. 곤란한 상황에 처한건 아닐까. 그냥 그게 걱정된다. 지금 잠든다면 또 무슨 꿈을 꾸게 될까. 그래, 사실 거짓말이다 그 이유 같은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시간이 흐르면 잊혀 질까? 베어진 나무둥치가 썩어 허물어 지듯이 그렇게 천천히 무디어져. 아니면, 둥치에서 흘러내린 수액이 땅속 깊고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아주 깊은 곳 까지 스며들어 그윽한 황금빛 보석이 되듯 변치 않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건 결국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겠지. 울렁거림 몸이 나른하다. 현기증이나고 시야가 어지럽다. 식어버린 손발은 쉽게 따뜻해 지지 않는다. 어느새 쌓여있던 피곤함이 몰려와 눈커풀을 무겁게 내리 누른다. 따뜻한 물을 잔에 부어 케모마일 티백을 우렸다. 잔을 두손으로 감싸자 열기가 피부속으로 스며든다. (조금 뜨거워 따끔거릴 정도다) 따뜻하고 하고 부드러운 향을 품은 엷은 노란빛 차를 입안에 머금는다. 꽃향기가 스며들며 달콤한 여운을 혀끝에 남긴다. 그 뒤를 이어 기묘한 울렁거림이 인다. 지금 이불 속에 누워 그 안에서 온기에 취해 버린다면 다음날 아침까지 눈을 뜨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니, 잠들고 싶지 않다.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려 초조하기 까지 하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전 1 ··· 59 60 61 62 63 64 65 ··· 77 다음